[책 리뷰]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2024)> – 준비하는 죽음은 슬프지 않다

책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명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표지

저자/이시쿠라 후미노부. 출판사/위즈덤하우스

초고령 사회,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나’를 잃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법

64세에 전립선암이 전신에 전이되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사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편하게 쓴 책이다. 다행스럽게도 항암치료가 잘 맞아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가 되었으나 두세 달 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간들이 늘 엄습하기에 우리가 매일 보내는 순간들을 어떤 의미로 채워나가면 좋을지, 의사의 경험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노년의 건강 관리 및 죽음을 준비하는 연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택에서 평온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던 그는 2022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목차

  • 1장 전신암과 함께 살아가다
    전립선에서 발견된 암이 전신으로 퍼지다
    앞으로 3년을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언제 죽어도 괜찮다는 말은 진심일까?
    남은 생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죽음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취미도 시작해보자
    살쪄서 건강해 보이는 암 환자도 있다
    굶는 게 편할 때도 있다
    죽음의 징조를 미리 알아두자
    직접 경험한 임사 체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게 불행한 일일까?
    새로운 치료제에 기대를 걸어본다
    삶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하자
    이상적인 죽음이란
    집에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2장 죽음을 준비하자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재산보다는 사람을 남기자
    죽음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일 뿐
    생의 마지막에 찾아오는 고독
    적당히 정직한 삶을 살면 된다
    죽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 좋다
    임종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죽음이 곧 끝은 아니다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
    60세까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나만의 엔딩 노트로 죽음을 준비하자
    심폐소생술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렇게 죽는 것도 인생이다

    3장 100세 인생은 행복일까, 불행일까?
    손주 세대에게 돌봄 의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매일 3,800명 정도가 코로나 이외의 사유로 사망한다
    노년기 부부의 갈등이 낳은 비극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
    커피의 효능
    나이가 들면 왼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젊은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일상적 행동들
    암이나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의 이로움
    손주를 돌보는 시간은 1주 8시간 이내로 하자
    직장인은 두 번 죽는다
    약의 종류와 복용법에 관하여
    은퇴 후 찾아오는 우울증
    은퇴한 남성이 저지르기 쉬운 세 가지 잘못

    마치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다

책 속의 문장

제가 암 환자라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종교인, 사회학자, 철학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7년 전에 대장암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사회학자인 오무라 에이쇼(大村英昭) 선생 때문입니다. 오무라 선생은 늘 ‘멋지게 죽는 법’에 대해 말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잘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근본적인 생각입니다. 오무라 선생과 여러 저명한 학자들을 모시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한 연구회를 열었습니다. 그 덕분에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전립선에서 발견된 암이 전신으로 퍼지다〉 중

엔딩 노트는 자기소개서 같은 것입니다. 죽음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예·적금이나 토지·가옥 등의 재산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재산 정리를 아내에게 맡긴다’고 엔딩 노트에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 만약 대출을 받았다면 정확하게 금액을 기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겨진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만의 엔딩 노트로 죽음을 준비하자〉 중

책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리뷰

우리네 삶에서 죽음은 언제나 뒷전이다. 죽음이 고통을 연상시키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삶의 마지막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끝’은 누구에게나 아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 마음을 나누던 친구, 회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는 생각은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지 못하게 한다.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눈앞에 놓인 현실을 가려버린 형국이다.

책 <나는 매일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는 전립선암에 걸린 60대 의사가 ‘잘 죽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기록이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2~3년에 이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저자는, 운명의 모래시계가 쏟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원하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간병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선언하기, 죽기 전 물건 정리하기, 엔딩노트 써보기 등 ‘나’를 잃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법에 대해 써 내려갔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므로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며 올바르게 죽는 마음도 소개한다. 말하자면 ‘죽음 실전서’인 셈이다.

2020년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저자는 호르몬 치료를 이어오다 2년 후인 2022년 10월 자택에서 고요하게 세상을 떠났다. 죽음을 준비하던 그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쓴 글을 정리해 책으로 만들었다. 지금껏 살아온 삶처럼, 죽음도 내 것인 만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자는 저자의 당당한 태도가 돋보인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사랑했던 이들과 잘 헤어지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만큼 헤어지는 일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테다. 준비하는 죽음은 준비 없는 죽음보다 슬프지 않을 것이다.

한줄평

✍️한줄평 : “죽음조차 포용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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