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미나리(2020)> 될성부른 나무 스티븐 연

영화 <미나리> 설명

영화 <미나리> 포스터
장르드라마
감독 | 각본리 아이작 정(정이삭)
제작스티븐 연, 디디 가드너, 제레미 클라이너, 크리스티나 오, 브래드 피트
출연스티븐 연한예리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윤여정윌 패튼 외
국내 개봉2021년 3월 3일
대한민국 총 관객 수
1,134,310명
국내 스트리밍쿠팡플레이, 왓챠, 넷플릭스

줄거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미나리> 리뷰

최근 에미상을 석권한 <성난 사람들>에 출연한 스티븐 연 배우는 타고난 연기자다. 그는 영화 ‘버닝’에서 특이한 취향을 가진 부자를 고풍스러우면서도 저속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서 대놓고 저속한 ‘대니’역을 맡았다. 울분에 가득 찬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는 거칠면서도 섬세하다. 대니가 처한 어려운 현실은 구구절절한 배경 설명이 아니라 그가 표현해내는 찌질함에서도 묻어난다. <성난 사람들>의 인기에 힘입어 그의 전작인 <미나리>를 살펴봤다.

202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정이삭 감독의 작품 <미나리>는 생존을 위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간 가족이 미국에서 적응해 살아가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그들은 미나리라는 식물처럼 끈질기게 생존하면서도 쓰임새 있는 삶을 살길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는 생존을 위해 효율을 추구하는 한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을 담았다.

<미나리>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이창동 감독이다. <버닝>의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라는 소재로 가족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는 점에서 <시>와 닮았다. 게다가 시퀀스마다 비유와 상징을 적절히 녹여 관객들에게 고민을 던져준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정이삭 감독의 전작들과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대조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는 물이다. 영화 <미나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물을 찾는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물이 등장한다. 제이콥(스티븐 연)이 농사를 짓기 위해 그토록 찾아 헤매는 물부터 데이빗(앨런 김)이 자주 마시는 마운틴듀, 할머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가져온 한약까지, 영화는 반복해서 물을 소재로 사용한다. 물이 곧 생명을 상징한다면 결국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생존을 논한다고도 볼 수 있다.

생존이라는 가치는 가족 안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 제이콥이 애써 기른 농작물을 다 불태워버리는 것도, 모두가 함께 새로운 물을 찾아 재출발하는 장면도. 자칫 떨어져 살아갈 수도 있었던 가족을 한곳에 묶어놓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결국 얕은 성공보다 깊은 가족애가 더 중요하다는 말 아닐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물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특히 제이콥의 경우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추측할만한 연출이 좋았다. 병아리 분류공장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며 폐기되는 수평아리들을 이야기할 때나, 장남으로서 가진 돈을 다 줬다고 이야기하는 부분 등 흔히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남성의 고충을 잘 드러냈다.

반면에 모니카(한예리)나 할머니 순자의 캐릭터는 다소 구체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왜 모니카가 아칸소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각본도 다소 아쉽다. 물이라는 소재가 나올 때부터 불이 등장할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특히 할머니가 혼자 남겨져 무엇인가를 소각하고 있을 때부터는 앞으로의 전개가 쉽게 그려진다.

카메라 움직임과 같이 연출에서는 신경을 꽤 많이 쓴 듯하다. 제이콥의 심경변화를 보여줄 때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 같이 로우 앵글 쇼트가 등장하는데, 이러한 카메라 연출은 등장인물의 불안한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 준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드러나는 딥포커스, 핸드헬드 등 기법도 적절하게 사용돼 몰입감을 높였다.

영화 <미나리>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이유는 보편성에 있을 것 같다. 생존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영화에 몰입하고 자신의 현실과 비교해보기 때문이다. 영화 속 현실감 높은 부부싸움 장면이나 생계의 어려움이 이러한 공감대 형성을 더욱 쉽게 만들어준다. 결국 제이콥과 모니카도, 또 십자가를 지고 교회로 향하는 폴(윌 패튼)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그룹을 형성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같은 그룹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영화는 짠하거나 안타까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윤여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윤 배우는 낯선 미국 땅을 방문한 할머니라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설정 속에서도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낯선 환경에 주눅 들어있는 할머니가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은 영화의 제목 <미나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똑 닮았다. 영화의 분위기를 잘 녹여낸 연기를 보여준 윤 배우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한예리 배우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연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스티븐 연 배우는 정말로 가장의 무게를 짊어 진 것처럼 연기했다. 이처럼 반짝이는 캐릭터들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한줄평, 별점

✍️한줄평 : “살아남는 자는 강하다”

⭐별점⭐ :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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