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 설명
줄거리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브로커> 리뷰
영화는 어려운 형편에서 홀로 살아가는 미혼모 ‘소영’(이지은)이 근처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곳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몰래 빼돌려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있다. 두 명의 아기판매상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소영의 아기 ‘우성’을 데리고 상현이 운영하는 세탁소로 간다. 하지만 다음 날 교회에 소영이 다시 찾아오고, 발각 위기에 놓인 두 사람은 우성을 판매하면 돈을 주겠다며 소영을 설득해 함께 아이를 구입할 ‘고객’을 찾아다닌다. 한편 상현의 뒤를 쫓던 수진(배두나 분)과 이형사(이주영 분)는 범죄현장을 덮치기 위해 이들을 따라간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브로커>의 작품성은 조금 아쉽다. 고레에다 감독의 장점은 은유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브로커>의 경우 영화가 대부분 직유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뚝뚝 끊어지는 서사의 흐름이나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되는 이야기 구조도 아쉬웠다. 과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나 <어느 가족>에서 보여줬던 훌륭한 쇼트들도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인물 설정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령 동수의 경우 보육원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특징을 갖지 못한 인물로 묘사됐다. 동수라는 캐릭터 자체가 납작한 캐릭터로 묘사되다 보니 동수를 제외하고서도 스토리 전개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리는 감독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 대목이다.
<브로커>는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과, 버려지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가족>과 유사하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보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혈연 가족도 즐겁게 살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느 가족>의 경우, 등장인물들이 함께 살게 된 계기나 살아가면서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만남은 어색해 보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달했고, 이내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거인에서 비혈연 가족이 되는 모습을 카메라로 차근차근 담아낸 것이다.
하지만 <브로커>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영화 속 이야기 구조는 대부분 아이를 판매하러 가는 과정에 집중됐으며, 그 속에서 아기인 우성과 소영 일행의 정서적 교감은 큰 비중을 차지 않았다. 이 때문에 브로커들이 경찰에 잡혀가고 우성이 행복해지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물론 감정 교류의 대상이 갓난아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가족>의 할머니(키키 키린)와 아빠(릴리 프랭키)처럼 감정선을 깊게 만들어내는 인물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브로커>와 <어느 가족>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가족>에서 엄마(안도 사쿠라)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족을 폄하하는 경찰에게 격렬하게 분노하는 장면에는 이러한 배경이 숨어있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이어주는 고리는 피가 아닌 마음인 셈이다.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과 마찬가지로 <브로커>에서도 주어진 가족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캐릭터 사이의 유대관계가 끈끈하지 않다 보니, 감독의 메시지는 조금 불분명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브로커>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음침하면서도 밝고 억척스러우면서도 모자란 구석이 있는 상현이라는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한줄평, 별점
✍️한줄평 : “영화는 송강호를 남겼다”
⭐별점⭐ :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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