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설명
장르 | 드라마 |
상영 시간 | 121분 |
개봉일 | 2015.09.24 |
감독 | 홍상수 |
출연 | 정재영, 김민희, 윤여정, 기주봉, 최화정, 유준상, 서영화, 고아성 외 |
국내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관객 수 | 80,861명(최종) |
줄거리
실수로 영화감독 함춘수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다음날 특강을 기다리며 들른 복원된 궁궐에서 윤희정이라는 화가를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서 윤의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회에다 소주를 많이 마신다. 거기서 가까워지는 두 사람. 다른 카페로 이동한 두 사람은 술을 더 마신다. 거기서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함은 자신의 결혼한 사실을 할 수 없이 말하게 되고, 윤은 함에게 많이 실망하게 된다… 이런 비슷한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이어진다. 여자가 더 목소리가 위축되어 있고, 몸도 굽어져 있다. 둘이 돌아다니는 데는 비슷한데, 여기선 남자가 옷도 벗고 그런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리뷰
모처럼 찾아온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중년 남성이 있다. 여자와 대화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남성은 한가하게 앉아 바나나 우유를 먹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한다. 먹잇감을 찾은 그는 여자에게 말을 건네지만, 그녀의 반응은 쌀쌀맞게 그지없다. 언변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이 영화감독임을 넌지시 알리며 환심을 산다.
남자의 전략이 통한 걸까. 여자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기둥 두 개만큼이었던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금세 허물어진다. 이제부터는 감언이설의 향연. 카페, 식당, 길거리 등 그들이 지나는 곳마다 말 잔치가 이어진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여자 하나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쏟는 ‘춘수’가 ‘희정’을 만나 보낸 일상을 다룬 이야기다. 홍 감독은 똑같은 상황을 변주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 변화를 드러낸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1부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2부다. 춘수에게는 똑같은 하루가 주어지지만 그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1부에서 춘수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맞추겠다는 의지다. 희정의 말에 억지로 공감하는 장면이나 그녀의 그림을 맹목적으로 칭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희정이 순수한 것이 좋다고 하자 그녀의 작품을 보며 “순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 힘들 것”이라고 끼워 맞추는 식이다.
2부에서는 솔직한 춘수가 등장하고 영화는 조금씩 변주된다. 1부에서 희정의 그림을 칭찬하던 춘수는 그녀의 그림에서 외로움과 자기연민이 느껴진다며 거침없이 평가를 해댄다. 1부와 달리 카메라는 그녀의 그림을 담지 않는다. 어떤 그림인지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가 그녀의 작품을 정확히 평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느낌조차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1부의 춘수와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내뱉는 2부의 춘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춘수가 여자를 유혹하는 방법을 소재로 한 일종의 사고실험처럼 보인다. 감독은 솔직하지 않은 인물과 솔직한 인물을 나란히 배치하고 인물이 겪는 상황을 가정해 나간다. 감독은 어떤 춘수에게도 해피엔딩을 쉽게 쥐여주지 않으며 어느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리지는 않지만, 솔직한 춘수를 조금 더 응원하는 듯하다. 마음에 없는 말로 범벅된 칭찬보다 진정성 있는 독설이 오히려 낫다는 태도다.
춘수가 기혼자라는 것과 그가 자신에게 해준 칭찬이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써먹은 ‘낡은 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1부의 희정은 상처를 받는다. 반면 2부에서는 오래전 결혼한 아내와 자식까지 있다고 밝힌 춘수에게 볼 뽀뽀까지 해준다. 감독의 희망적 사고가 반영된 것 같은 이야기 전개에 불편한 지점이 없진 않지만 솔직함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 하는 감독의 마음은 영화적으로 잘 표현된 듯하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은 감독의 생각 변화를 축약한 제목처럼 보인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때는 틀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태도가 맞았다는 것. 감독의 생각은 “우린 다 할 만큼만 하고 사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춘식에게서도 읽을 수 있다. 가끔은 술에 취해 옷을 벗는 실수도 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울면서 매달려 보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닐까. 영화는 벌거벗은 우리 인생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사뭇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자연인 홍상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많아도 감독 홍상수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줄평, 별점
- ✍️한줄평 : “어차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뜻이라도 품어보자”
- ⭐별점⭐ : 3.5/5.0